Issue 80, May 2013
베를린더 더 브라위케러
Berlinde de Bruyckere
살색 찬연한 네크로 로멘티시즘, 그 가운데
육중하고 엄숙한 공기가 화이트큐브 안을 가득 메운다. 고통에 몸을 뒤트는 라오콘 상과 이교도들로부터 고문을 받거나 처형당하고 있는 성인들의 장면, 마치 15세기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와 조각의 요소가 현대적인 감성과 함께 혼합돼 있다. 전시장 곳곳에는 인간의 형상을 띄고 있지만 도무지 생체반응이라고는 없을 덩어리들이 힘없이 늘어져 있다. 머리와 팔이 제거된 인물들의 일그러진 신체엔 소리 없는 변형만 일어날 뿐이다. 더러 나무뿌리 같은 촉수가 뻗어나는가 하면 두 사람 분량의 육체가 합쳐져 기괴한 형태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한쪽에선 분명 사람의 등줄기를 연상시키는 덩어리로부터 수사슴의 뿔이 자라나고 있다. 오감으로 불쾌함을 감각케하는 이 모든 것은 정교하게 채색된 기괴한 밀랍인형들로, 그것들은 마치 악몽처럼 관객의 사고를 일시정지 상태에 이르게 한다.
● 진정윤 기자 ● 사진 Hauser & Wirth Gallery 제공
'Actaeon III (London)' 밀랍, 나무, 에폭시, 철근, 천 120×214×277cm 2012 ⓒ Berlinde De Bruyckere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Photo: Mirjam Devriendt